회생 절차 중이던 리조트 회사 인수 입찰에서 회사가 승인한 151억 원 대신 현장에서 141억 원짜리 입찰서를 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경험담이 나왔다. 우앤파트너스 우준호 대표가 칼럼에서 밝힌 이야기로, 우 대표는 협상 준비를 정답 하나를 찾는 일이 아니라 선택지를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. 우 대표는 이랜드에서 M&A를 담당했던 인물이다.

거래 구조: 세 장의 입찰서
입찰 마감은 오후 5시였다. 회사의 최종 보고를 거쳐 승인된 매입 가격은 151억 원이었다.
숫자가 적힌 입찰서 한 장을 챙겨 부산으로 떠나려는 순간 직속 상사가 물었다. “준호 씨, 입찰서 하나만 준비했어요?” 우 대표는 “네, 그렇습니다. 151억 원으로 승인받았으니까요.”라고 답했다. 상사는 “그러면 안 됩니다. 입찰장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. 금액만 비워 둔 입찰서를 여러 장 가져갑시다.”라고 말했다.
우 대표 일행은 오후 3시쯤 회계법인에 도착했다. 경쟁자와 분위기를 슬쩍 물었지만 매각주간사 담당자는 “결과로 말씀드리겠다”고 했다. 상사는 “5시 전에만 내면 되죠?”라고 묻더니 매각주간사 측에 빈 사무실 하나를 빌려 달라고 했다. 마감 직전까지 다른 입찰자들의 움직임을 살피려는 것이었다. 그 회의실 문을 닫자 상사가 말했다. “141억, 151억, 161억. 세 장 다 만듭시다.”
마감 5분 전의 선택
우 대표가 141억 원짜리 입찰서부터 쓰고 있을 때, 마감이 5분쯤 남았다고 알리러 주간사 상무가 들어왔다. 책상 위 입찰서를 가릴 틈이 없었고, ‘141’에 머문 상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. 우 대표는 그 미소가 ‘그 정도 금액이면 승산이 있다’는 무언의 신호로 읽혔다고 적었다. 상사는 “141억으로 갑시다. 책임은 내가 집니다.”라며 141억 원짜리를 냈다.

제출 뒤에도 일행은 현장 근처에서 결과를 기다렸다. 우 대표는 이를 떨어지더라도 그 자리에서 수습하고 재협상을 끌어내려는 배수진이라고 설명했다. 결과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었고, 151억 원 대신 141억 원으로 10억 원을 아낀 셈이다.
우 대표는 이런 판단이 가능했던 이유로 세 장의 선택지를 들고 갔고 끝까지 서류를 내지 않은 채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적었다. 마감 5분 전 정보 앞에서 과감하게 가격을 고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.
필자의 단서와 스타트업 조언
우 대표는 141억 원 판단이 옳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, 미소 하나가 완벽한 근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. 인수를 준비하는 대표들이 “입찰은 결국 가격 싸움 아닌가요? 얼마를 쓸지만 잘 정하면 되는 거죠?”라고 묻는다고도 소개했다.
우 대표는 스타트업의 투자유치·계약 협상에서도 하나의 정답 대신 여러 시나리오와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. 상대 신호별로 낮은 안과 높은 안을 미리 정하고, 판단 책임자를 합의해 두라는 것이다. 우 대표는 이랜드에서 15년간 M&A·전략·사업 운영·투자를 맡았고, 국내외 인수·매각 프로젝트 15건, 누적 약 13억 달러 규모를 이끌었다. 드라마 ‘협상의 기술’ 주인공의 모티브로 알려져 있다.